우리의 뇌가 바뀌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Books


 제프리 스티벨의 『구글 이후의 세계』를 읽고 나서 쓴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구입하자마자 표지부터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책 내용은 훨씬 더 흥미로웠다.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평소 정보, 기술이 우리의 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이 책에서는 '인터넷(Internet)'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기본적으로 마셜 맥루한의 이론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가해지는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결국 미디어 콘텐츠는 미디어 그 자체보다 덜 중요하고, 오히려 세상과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창으로서의 대중 매체 자체가 우리가 보는 것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결정하고 나아가 개인과 사회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우리가 만능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이 우리의 인식 방법과 정체성을 저항 없이 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에 의해서 강력하게 뒷받침된다. 우리의 뇌는 성인이 되면 성장을 멈추고 굳어진다는 통념과는 다르게, 사실 뇌의 신경조질은 놀라울 정도의 가소성(plasticity : 유전자가 지닌 정보가 특정 환경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정도)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뇌는 유전적 요인 뿐만 아니라 우리의 반복적인 행동이나 활동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데, 우리가 인터넷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거기에 의존할수록, 우리의 뇌 또한 거기에 맞게 변형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적응한다는 측면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만, 문제는 나쁜 습관 또한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런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처음에 인간의 뇌는 원래 산만한 형태였다. 하지만 '책'이라는 정보 기술에 적응하면서 뇌는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책은 단순히 기억의 확장 수단으로써 사용되었다. 하지만 묵독(silent reading, 默讀)이 지배적인 읽기 방식으로 자리잡으며 책이 미치는 영향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띄어쓰기가 되지 않고 연이어 기록된 '스크립투라 콘티누아(Scriptura Continua)'가 지배적일 때는 낭독이 지배적인 방식이었으나, 문장 구조가 명확하게 확립되고 띄어쓰기가 등장하면서는 굳이 낭독이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묵독을 통해 사람들은 더 빠르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자의 띄어쓰기를 신경쓸 때 쏟았던 힘을 해석에 투자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집중'하고 생각과 논리를 정제시킬 수 있게 되었다. 책이 제공하는 맥락에 깊이 빠져들어 자신과 책 사이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지배적인 정보 획득 수단이 되면서 우리의 뇌는 다시 한 번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고, 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사람들과의 손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한,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르는 내용은 즉각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사용을 통해 우리의 뇌가 변하게 되면서 손과 눈의 조화, 반사적 반응, 시각적 신호에 대한 신속한 처리와 같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마냥 긍정적인 것으로 환영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고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터넷에서의 수많은 정보는 우리의 인지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우리의 뇌를 산만하게 만들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지 정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또, 책에 있는 주석과는 다르게, 링크(link)는 단순히 관련 보조 자료의 위치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 자료들이 있는 곳으로 몰고 가기 때문에 온전히 한 문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가 한 페이지에 1분 이상 머무는 경우가 10% 미만이라고 한다) 이러한 페이지 간의 분절이 문서의 대한 집중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자료 간에도 통합성 또한 저해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겪으며 우리의 뇌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변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한 번 되돌아보자. 최근에 자기도 모르게 집중력이 저하된 것을 느끼지 않는가? 하나의 일에 집중하다가 금세 산만해져서 다른 쪽으로 빠지지 않는가?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인터넷에 미루는 것은 물론 부당하겠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변화시킨 것은 확실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이 인터넷에 매몰되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가진 장점을 버리는 것이며, 고유의 인간성을 가지는 것을 포기하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억을 인터넷에 아웃소싱하게 되면 우리의 문화는 시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제프리 스티벨과 조금 다른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 제프리 스티벨은 '인터넷이 뇌'라는 과감한 주장을 통해, 우리의 뇌가 다른 것들과 특별할 것이 없는 대상이고,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 대해 약간의 우려는 있지만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자산이 인터넷에 묻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넷을 포기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많은 편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고, 새롭게 변화한 세상에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책읽기'문화를 통해 가질 수 있었던 집중을 통한 폭넓은 성찰과 '인터넷'을 통한 신속한 사고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에 휘둘리지 말고, 주체적으로 우리가 삶을 끌어나갈 수 있도록 선택하고, 우리 문화가 가진 자산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올해 5월 닐슨 코리안클릭이 닐슨 컴퍼니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80.2%에 달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2.1시간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문화권에서도 인터넷의 영향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분명 인터넷은 예전에 불가능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능력들이 사라지는 것을 촉진시킨 것 또한 인터넷이다. 평균보다 인터넷을 오래 사용하는 나 또한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리 없다. 나는 하루를 컴퓨터를 켜는 행동으로 시작하며, 컴퓨터를 끄는 행동으로 마감한다. 항상 web에 접속해 있으며, 컴퓨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무의미하게 여러 website를 방문하곤 한다. 그러는 사이에 나 또한 많이 변했다. 요즘은 책 한권을 끝까지 읽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읽을 때도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에 관심을 분산시킨다. 책을 읽다가 어떤 인물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스마트폰을 켜서 검색해보고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가, 또 어떤 website에 대한 소개가 나오면 컴퓨터를 켜서 직접 들어가보고, 컴퓨터 켠 김에 뉴스도 보고 커뮤니티에 글도 올리고... 정보를 찾으려고 마음먹으면 예전보다 월등한 속도로 찾아낼 수는 있게 되었지만, 머리속에 저장하는 정보는 점점 줄어들고, 어떤 내용에 대해 자세히 읽거나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마 내가 쓴 이 글도 다른 곳에서 봤다면 마우스 휠을 돌리며 아래로 쭉 내려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이 글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Facebook을 100번 넘게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 것 같다. 그만큼 산만해졌고, 생산성도 떨어졌고, 깊이 생각하지도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것인지를 보다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하면서 책 읽듯이 꼼꼼히 모든 글을 읽어나가는 것은 물론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 정보의 양이 많고, 또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모든 정보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오히려 읽는 데 제약을 만드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필요한 내용만 간추린 채로 일부러 오프라인 상태로 만든다든지, 인쇄해서 읽는다든가 하는 방법 말이다. 만약 인터넷의 영향력을 거부할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일부러 동떨어진 삶을 살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예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는 경험을 해 본다면, 정말로 나에게 인터넷이 꼭 필요한 것이지 스스로 깨닫고 자제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 웹페이지를 만드는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확장성을 담보하는 것이 최선의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내는 사실을 명심하고,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분적으로 인위적인 제약을 거는 것이 오히려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 사회적으로는 인터넷과 '책 문화'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켜 일찌감치 올바른 도구 사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문자 문화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 전자책의 미래 등 흥미있는 내용이 많아서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책이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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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카사 2011/11/17 18:01 # 답글

    재밌어 보이는 책이네요.
    셀폰이 보급되면서 이젠 아무도 전화번호를 머릿속에 기억하지 않죠. 저도 제 누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 크런키 2011/11/17 20:09 #

    자신있게 추천해 드릴 수 있을만큼 재미있어요~ 전 심지어 집전화랑 제 휴대전화 번호 빼고는 모른답니다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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