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학기를 마치고... Diary

 복학하고 두번째 학기인 2011년 봄 학기를 마쳤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것을 느꼈던 한 학기였다. 정리도 하고 그 동안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던 블로그에 간만에 포스팅도 할 겸 여기에 글을 남긴다.

 이번학기에는 연합전공 정보문화학을 시작했다. 졸업 때까지 39학점을 들어야 하는데 여태까지 들은 과목이 6학점(2010년 2학기에 수강했던 인터넷기술개론과 가상현실입문)밖에 없어서 남은 학기에 전부 다 들으려면 열심히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내년 1학기에는 교생실습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정보문화학에서 1학기에 개설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본 전공에서 전필과목 2개와 연합전공 과목 4개, 그리고 졸업 때까지 들어야 하는 교직 관련 교양과목 1개를 수강하였다. 통학하면서 21학점을 듣는 것이 처음이라 처음에는 좀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한 과목도 드랍 안하고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2학년 전필 과목인 '시민교육과 헌법'은 2학년 때 첫시간만 듣고 드랍했던 과목이다. 그래서 06학번 동기들은 전부 다 들었고, 나만 남아서 10학번 후배들과 들었는데, 학점을 어떻게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잘 들을 수 있었다. 딱딱한 교재만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판례를 중심으로 헌법 정신을 배우고, 판례 보는 방법도 익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10학번 후배들의 멋진 발표를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냥 틀에 박힌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들(뉴스, 다큐, 꽁트를 사용했던 점)이 참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3학년 전필 과목인 '시민교육과 사회문제'는 사회학 이론을 배우고, 그것을 현재의 사회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양의 지식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갈등론 기능론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기본적인 내용과 여러 시각들 사이의 차이점, 그리고 이걸 적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발표 주제였던 '저출산'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무언가 배워야 써먹기는 하지만, 직접 써먹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상당히 많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교직과목 대신 수강한 '교육의 이해'는 사실 좀 아쉬웠다. 이 과목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수업준비를 의욕적으로 해오신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많은 수강생이 강좌를 들었고 교육학 전체에 대해 훑고 지나가는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할 바에야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파고들거나 토론을 좀 더 해보는 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5월달에 했던 교육 관련 이슈에 대한 발표는 나름 괜찮았고, 각 조별 보고서에 대해서 코멘트를 일일히 달도록 한 점은 할 때는 참 귀찮았지만 좋았다.

 정보문화학 수업에서는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정보문화학 10기 학생으로서 소속감도 느낄 수 있었고, 조별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이랑 조금이나마 친해지게 된 것도 참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3월에 갔던 MT다. 두 개 팀으로 나뉘어져 미션을 수행하며 갔던 것도 참신했고, 가서 했던 다양한 활동(?)들도 지금까지 대학교 MT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라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다소 낯을 가리기 때문에 자주 보면서도 인사도 안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음 2학기 때는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봐야겠다.

 전필 과목이었던 '문화콘텐츠의 이해'는 콘텐츠산업 전반에 대해서 배웠던 수업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어서 참 좋았고 특히 과제가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 과제는 자기소개를 창의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시간 관계상 나는 하지 못했지만, 다들 창의적으로 자기를 소개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RPG메이커로 게임을 만들어서 소개를 했던 것이나 한 편의 짧은 다큐를 만들어 온 것도 참 놀라웠다. 또, 조별로 '위키피디아 항목 만들기'로 '특별영주자'항목을 새로 추가했던 것(이 과제를 하면서 '재일동포'에 대해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으며, 관련된 책도 읽었다. 비록 만화책이었지만.)과 Alice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것도 참 재미있었다. 내가 아무래도 서사 구조를 만드는 데 자신이 없었는데, 같은 조원들이 기발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줘서 흥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HCI 이론 수업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너무 많은 내용을 배워서 얼마나 머리속에 남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이 '미술하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수업 후반부에 있었던 리처드 뷰캐넌 특강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은 그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경험까지 함께 디자인 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Smart TV 설계를 해보았던 것도 재미있었고, 다양한 신기술들과 이를 만들기 위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이해 수업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번 수업에서는 6명이 하나의 독립 스튜디오를 이루어서 인디 게임을 제작해 보았다. 아무런 기술(그림이나 프로그래밍)도 가지지 못했던 나는 '게임 디자이너'를 맡게 되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직책이기도 하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상당히 많이 했다. 또 학기 초반에는 어떤 식의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꽤 많이 했었고. 하지만 아이디어 회의 결과 내 아이디어가 아닌 다른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나서는 처음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떨어져서일까. 또 게임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프로그래머와 비주얼 아트 담당에게 너무 많은 작업량이 쏠리는데,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딱 필요한 작업만 했던 것 같다. 책임 의식이 있다면, 전부를 컨트롤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조의 부족한 작업을 나의 기획으로 메꿔보자!'라는 마인드로 작업에 임했어야 하는데, '그냥 내가 맡은 건 여기까지니까, 망치지 않을 정도로만 하자'가 되었던 것 같다. 작업 기간이 짧고, 가뜩이나 작업량이 많은 두 사람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었던 점도 물론 있었지만, 내가 생각해도 좀 비겁했다. 앞으로 어떤 조에 들어가든지간에 '우리 조의 결과물을 망치지 않도록 잘 하자'라는 마인드보다는 '내가 있기 때문에 조가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으로 모든 것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론정보학과 수업이자, 정보문화학 전필이었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업은 이번 학기에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었다. 특정한 기술이 어떻게 해서 형성되었는지도 배울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가진 의미들까지 배우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학 때 관련된 책도 읽고, 스스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강의 내용도, 선생님의 강의도 참 재미있어서 좋았다. 다음 학기에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을 또 들을까 생각중인데, 일단 시간표가 나오는 걸 봐서 결정해야겠다. 이 과목은 전혀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불가라서... 일단 성적표가 나오고 다시 한번 고민을 ㅋㅋ

 1학기를 다니면서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까 좋았던 점이 훨씬 많았던 한 학기였다. 이재현 선생님께서 '철저한 열등감을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마음에 잘 새기고 방학때는 책을 열심히 읽었으면 좋겠다. 이번 학기에는 바쁘기도 했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책을 거의 한 권도 끝까지 읽지 못했는데, 방학 때는 부족한 것을 메꿀 수 있는 좋은 책을을 많이 읽도록 해야겠다. 아직 1학기 성적이 한 과목도 뜨지 않았는데,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한 학기동안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보자면... 우선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릴 것.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데, '나만은 다를꺼야'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항상 좋은 사람들을 옆에 두도록 애쓸 것. 나쁜 사람 혹은 '나에게 나쁜 사람'을 옆에 두게 되면 나 스스로도 굉장히 나쁜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만났던 분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나의 집착과 욕심이 많은 것을 나쁜 쪽으로 움직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신기함은 단지 표면적인 것일 뿐, 거기에 현혹되어 '깊이'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모든 것을 망치게 되니까. 욕심을 버리면서 모든 것이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스스로의 깊이와 향기를 더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할 것.

 내일부터는 여름 학기가 시작된다. 부디 여름 학기를 되돌아보는 그 시간에는 한 조각의 후회나 아쉬움도 없길!

덧글

  • 2011/12/09 00:5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크런키 2011/12/09 07:57 #

    앗... 그렇게 망했다는 반응을 보이실것까지야ㅠㅠㅋㅋ

    예전에 인천사셨다길래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글들을 읽다 보니까 왠지 같은 전공이란 느낌이 들어서 혹시나 하고 남겨봤는게 역시 감이라고 하는게 무서운거군요.. ㅋㅋ 전 06 맞고요, 근데 생일이 빠른생일이에요. 같은 수업을 들은적은 없어도 같은 선생님께 수업을 들은 적은 있으려나요?ㅋㅋ

    전공수업을 거의 다 들어서 요즘에는 과에 잘 안나가거든요. 제 블로그도 아는 사람들은 이거 하는 거 모르는데 갑자기 사회과 분이 보셨다고 생각하니 급 민망해지네요ㅠㅠㅋㅋ 막 우리 이미 아는사이고 이런건 아니죠?ㅋㅋ 새삼스럽지만 세상 참 좁네요 :)
  • 2011/12/10 00:5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크런키 2011/12/10 06:45 #

    맞아요. 넷상에서는 좋은 분들도 있지만 이상한 분들도 많으니까요
    아무튼 뭔가 교집합이 있는 분을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네요 ㅋㅋ

    앞으로도 가끔 블로그 통해서 교류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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