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참여형 연극?!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 Etc.

 아는 분께서 표를 구해주셔서 모처럼만에 대학로에 다녀왔다. 감상한 작품은 관객참여형 폭소추리극을 표방하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다. 쉬어 매드니스라는 미용실 위에 살고 있는 유명 피아니스트가 살해당하고, 행동이 수상했던 4명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건을 조사중인 두 명의 형사는 관객들의 도움을 받아 점차 수사망을 좁혀나가는데...

 이 연극에서는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관객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사망 직전에 벌어졌던 일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각 용의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나오지 않게 거짓 증언을 한다. 진실을 위해 관객들은 용의자의 거짓 증언을 밝히고 수상한 점을 추궁해야만 한다. 매 회마다 다른 관객들이 와서 다른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매 회 다른 연극이 펼쳐진다는 것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사건 재구성 이후에 10분 가량의 쉬는 시간 동안에 관객은 형사 역의 배우에게 질문하거나, 동행한 사람과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최종적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에서, 형사가 관객들에게 거수로 범인을 추측하게 하여, 거기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그날의 범인이 된다. 내가 본 회차에서는 골동품 판매상인 오준수가 범인이었다.

 이 연극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극에 몰입할 수 있다. 내가 관람했던 회차에서는 여성 관객분들의 활약이 대단했는데... 상당히 꼼꼼히 보시더라. 이것 말고도 매 회마다 연극이 달라지기 때문에 배우들의 생생한 애드립과 즉흥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토리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관객이 어떤 사람을 지목하느냐에 따라서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이 되도 어색하지 않게 앞부분에서는 4명의 인물 모두에 대해 복선이 깔린다. 그래서 실제 범인을 지목하기 위해 주어지는 단서가 다소 모호하게 제시되고, 마지막에 거수로 범인이 결정되는 부분에서는 다소 허탈하기까지 하다. 다른 범인이 지목되는 결말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별로 재관람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조금 다르려나? 관객참여형 연극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소재의 참신함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내용의 탄탄함이 좀 부족한 것 같다.
 

 분기를 둔다고 해서 항상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나 얼마전에 플레이한 <Starcraft 2 : 자유의 날개> 캠페인에서도 다양한 분기가 제시되지만 내용은 꽤나 탄탄했다. 좀 더 열린 구조를 통해 자유도를 높이면 완성도는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걸까? 차라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 부분의 자유도를 포기하거나 열린 결말 구조를 채택하는 것도 좋았을텐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여 극의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  극이란 건 관람하는 그 시간 뿐만 아니라, 끝나고 나서 같이 본 사람과 토론하는 재미도 포기할 수 없는데, 이 연극은 거수로 범인을 결정하고 나니까, 나와서 할 말이 없더라는...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참신함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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