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 면역혁명 Books

 아는 한의사 분께서 강력추천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불치병이라고 여겨졌던 수많은 질병들을 치료해내는 방법과 신약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발병 원인조차 캐내지 못한 병이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문명병(文明病)들, 그리고 심지어 예전에는 손쉽게 치료 가능했던 질병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난치병이 된 질병 또한 존재한다. 저자인 아베 도오루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서양의학이 질병을 분석적으로 포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몸 전체의 건강을 파악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제시한다. 물론 분석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해 많은 감염증을 극복한 공은 충분히 있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경향도 더러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많은 의사들이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너무 많은 양의 지식을 소화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체 맥락을 고려하는 치료보다는 대증요법(symptomatic treatment, 對症療法) 수준에 그쳐 증상은 완화시키지만 정작 환자의 건강은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많은 질병의 원인을 백혈구의 자율신경지배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데 생활 방식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변화가 생기게 되어 한쪽으로 균형이 쏠리게 되면 백혈구의 균형이 무너져 몸 안의 면역력이 저하되고 이것이 질병을 발생시킨다.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작용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며 백혈구 중 과립구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는데, 일정 비율을 넘어가게 되면 세포를 파괴하게 되어 암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야기시킬 수 있다. 또, 너무 안일한 생활을 통해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백혈구 중 림프구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과하면 외부 항원에 대한 면역이 과잉 상태를 보이며 아토피성 피부염, 기관지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나면 질병을 치료할 때, 우리 몸에 보다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진통소염제는 몸에 스트레스가 가게 만들기 때문에, 과립구의 비중이 높아져서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질환에 있어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기 위해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같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수단을 멀리하고, 몸의 반응을 보다 솔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병에 걸린 후 우리는 몸에서는 불쾌한 현상(?)들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것을 멀리하고 없애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이상 상태를 고치기 위한 면역력의 작용으로 보고, 근본적인 치료에 보다 힘써야만 한다.

 읽다 보면 2-4장에는 특정한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백혈구의 자율신경지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해당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그 부분이 다소 지겨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의학용어들은 최대한 적게 사용하면서, 우리 몸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쓴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건강수칙도 함께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한번쯤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들이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을 것을 찾게 되는 행동이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찾기 위해 작동하는 메카니즘이었다니.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통념이나 생각들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선천적으로 위장쪽이 좀 좋지 않아서 거의 연례행사로 병원에 들르곤 하는데, 그냥 아프고 불쾌한 감정들을 나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약을 먹어서 통증을 없애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내가 가진 병에 대해서 깊게 알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통증을 없애는 방법만 찾고 통증이 없어지면 깔끔하게 나았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별 차도 없이 연례행사로 매년 고생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또 찬 음식을 좋아해서 여름 겨울 가릴것 없이 섭취하고는 했는데, 이게 나의 몸에 그렇게 무리가 가는 행동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건강은 있을 때 잘 챙겨둬야 나중에 고생을 안하지~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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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열린세계 2009/12/19 00:28 # 답글

    저도 이 책 읽었습니다.
    양의학쪽 사람들은 별로 안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채운 2009/12/19 18:41 #

    양의학 사람들은 왜 좋아하지 않는걸까요... 자신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는데 대해서 거부감이 들었던 걸까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이렇게 좋은 연구결과가 있으면 실제로 왜 의료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행해지지 않는걸까?'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서양의학 전공자에게 이 책 보여주고 한마디 들어보고 싶은데 말이죠.
  • 건방진천사 2009/12/23 13:23 # 답글

    양의학 하는 사람들은 골수 정당 지지자나 골수 종교인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기 생각하는 것만 무조건 맞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것 ≠ 틀린 것 임에도, 다른 것 = 틀린 것으로 인식하죠)

    동양의학의 원리가 대체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보니 일단 "허구"로 치부하더라구요. 예전에 외국어 학원 다닐때 의사 양반이 계셨는데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도 그렇더군요 "난 한의학 싫어합니다. 보이지도 않는걸 가지고 뭔가 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라고 하더군요.
  • 채운 2009/12/24 09:42 #

    우리 나라 사람들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가장 많이 오류를 범하는 것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을 잘못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러한 언어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다른 것 ≠ 틀린 것 임에도, 다른 것 = 틀린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반대인건지. 아니면 쓸데없이 예민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꼭 양의학 하시는 분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직관이나 이해의 범위를 넘어가면 '틀린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크죠. 아직 우리 사회에는 '관용'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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