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원래 제목(The Victorian Internet)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과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시절에 '인터넷(Internet)'의 위상을 가지고 있던 전신(telegraph)의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는 책이다.
텔레그래프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정보를 원시적인 수단을 통해서 전달할 수 밖에 없었다. 급히 전해야 하는 정보가 있더라도 사람이나 말(horse)을 활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정보의 전파 속도는 매우 느렸으며,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당연시되었다. 새로운 정보를 전하는 대표적인 매체인 신문의 경우에도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이미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일(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은 심지어 사건 발생 6주 후에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정보'의 대한 갈증은 새로운 발명을 낳았다. 처음에 등장했던 것은 빛이나 소리를 활용한 방법이었다. 빛이나 소리가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활용해서 신호 장치나 시각적 텔레그래프 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날씨나 지리상의 요인으로 인해 곧 한계에 직면했고, 전기를 이용한 텔레그래프가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자리잡게 된다.
처음부터 텔레그래프가 사회에 안착했던 것은 아니다. 점과 -로 표시된 메시지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사람도 많았고, 기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전선을 통해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은 메시지가 액체로 바뀌어 관을 타고 이동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정도)도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텔레그래프를 활용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 초기에는 쉽게 퍼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곧 비약적으로 정보의 전파 속도를 빠르게 해준 텔레그래프의 매력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불과 몇십년만에 텔레그래프는 없어서는 안될 매체로 자리잡게 된다.
텔레그래프를 통해 공간적인 제약은 빠르게 사라졌으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의 정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예전에는 알지 못하고 놓쳤던 이벤트들을 챙길 수 있게 되었으며, 빠른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비용의 절감 효과 또한 가져오기도 했다. 또 텔레그래프는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을 주거나 불필요한 전쟁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전 세계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서 많은 감정이나 이익이 공유되고, 이것이 전지구적인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줄거라는 낙관론 또한 퍼져나갔다.
하지만 여느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이 기술은 때로는 악용되기도 했다. 주고받는 코드를 가로채거나 속여서 전송하는 일 등을 통해 이를 악용해 사기를 저지르려는 사람 또한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정보량은 사람들을 혼란시키고 정신없게 오히려 더욱 바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그 기술의 한계 또한 뚜렷했는데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줄여주기는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오퍼레이터 뿐이었기 때문에 소통이 불완전하게 이루어진 측면이 존재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텔레그래프도 전화의 등장 이후 무대에서 퇴장하기 시작했으며, 전화 또한 추후에 등장한 미디어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바로 지금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매체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이다. 우리는 항상 인터넷을 우리 삶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새로운' 것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분명 세세하게 비교하자면 분명 이전에 나온 매체들과 구분되는 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통의 창구를 열어주고,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유통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기술수명주기를 따른다는 점에서는 19세기에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 텔레그래프와 유사한 점이 있고, 텔레그래프의 탄생과 쇠퇴를 보면서 인터넷의 앞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떠한 점에서 같은지 일일히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이러한 유사한 측면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며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1998년이니 인터넷이 우리 삶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지도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은 우리 생활 깊숙히 스며들어 많은 것을 바꾸었다. 단순히 web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소셜 web과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으면서 모두가 정보를 즉각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단말기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까?
pony express가 쇠퇴하고 신문사가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처럼, social web이 대세가 된 오늘날에 언론사들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소셜 웹을 통해 주고받는 정보는 분명 오류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소통에 기반하여 그만큼 재빨리 수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요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편집하여 배포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언론은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정립해야만 할 것이다. (관련기사) 팟캐스트나 소셜 웹이 여론 형성의 기능을 일정부분 담당하게 되면서, 주요 언론사들의 의제 설정하는 힘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에서 이러한 현상을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역할이 없어진다기보다는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심층보도 기능이 강화된다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만드는 뉴스를 관심사대로 분류하고 배급하는 일종의 플랫폼 기능을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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